[1883]Raspberry sirop-syrup
아침에는 분명히 해가 쨍하고 맑을 것 같더니, 어째서 구름이 몰려오는 거냐! 베란다에 널어놓은 요는 어떻하라고! 결국 여전히 눅눅한 요를 걷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뽀송뽀송하고 햇빛 냄새가 나는 요에서 푹 자고 싶었거늘... 흑흑흑. 차라리 예전 장마처럼 사흘 비 오고 나흘 쨍하고 이런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어느덧 햇볕의존형 인간이 되어 버린 내게 요즘처럼 꾸물꾸물하고 추적추적한 날씨는 상극이지만 그렇다고 날씨에 무릎을 꿇고 추욱추욱 처질 수는 없는 법! 오늘도 즐거운 티타임을 즐기기로 했다. ...절대로 장마철 이미 잔뜩 묵어버린 차가 발효할까 두려워 요즘 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아니다. 흑흑흑. 영국에서 온 차도, 프랑스에서 온 차도, 일본에서 온 차도 인도에서 온 차도 이젠 기본이 유통기간 오버 3개월이야. 엉엉엉.

오늘 우린 차는 며칠 전 마셨던 Dling 다즐링을 급냉해 아이스티로 만들어 보았다. 찻잎 11g에 물 600ml. 3분을 우린 후 찻잎을 거른 후, 끓여서 식힌 물로 만든 얼음(헥헥헥. 사실 차에 관련된 건 거의 끓여서 식힌 걸 사용하면 좋다. 끓여서 식힌 물, 끓여서 식힌 우유, 끓여서 식힌 물로 얼린 얼음. 이러면 잡맛 없이 깔끔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을 채운 피처에 부어 급냉을 했다.

일단 플레인티로 마셔 보았다. 으음. TWG Maloom을 마시다 이걸 마시니 좀 거칠게 느껴진다. ...이래서 혓바닥은 함부로 업그레이드 해서는 안 되거늘!!! 어떻해! 처음 마셨을 때는 나름대로 무난한 차였는데, 이젠 입에 한 모금씩 들어갈 때마다 불평을 하게 되는 차가 되어버렸어. 밀크티로 즐겨야 하나? 아냐, 찻잎이 저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게다가 밀크티로 하는 것보다 아이스티를 만드는 게 찻잎소모가 빠른걸.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 시럽을 떠올렸다.

1883에서 나온 라스베리 시럽. 작년 립톤 옐로우라벨 티백이 넘쳐흘러 베란다에 홍수가 났을 때, 이 시럽 덕을 톡톡히 봤다. 아이스티로 만들어 이 시럽을 섞었더니 식구들에게도 호평이었다.

한모금 꼴딱 마시니, 굿! 새콤하면서 달콤한 시럽이랑 쌉쌀한 다즐링 아이스티가 정말 잘 어울렸다.

이렇게 휘휘 휘저어 마시는 것도 좋지만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도 있다. 디카의 전원이 다 돼 사진은 못 찍었는데, 시럽을 컵에 부으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마치 시소처럼 양쪽으로 출렁거리며 가라앉는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아래쪽에 시럽이 진하게 고이고 위로 갈 수록 차와 섞여 색이 옅어지는데, 그라데이션이 정말 예쁘게 진다. 그냥 컵에 입을 대고 꼴딱꼴딱 마시게 되면 처음엔 쌉쌀한 차를 마시게 되고 점점 진하게 달콤해지는 뒷맛을 즐기게 된다. 스트로우를 이용하면 처음에 달콤함을 즐긴 후,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쌉쌀함을 즐길 수 있다.

동생이랑 방을 바꾸고 나서 차정리를 했는데... 정말 앞이 캄캄했다. 이 차들 올해 안에 정말 다 마실 수 있을까? 마시고 싶은 차들은 점점 늘어가는데 썩어가는 쟁여놓은 차는 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 조금 슬프다.

by 낭만늘보 | 2008/06/23 17:34 | ◈ Sweet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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